슬기로운 지식생활

변화된 여성의 역할문화 2

미네르바minerva 2020. 12. 20.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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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절의 엄마는 주로 양육과 가사일을 하며, 집안일을 했다. 전기 밥통이 흔치않던 시절, 귀가가 늦는 아버지의 밥이 행여나 식을 새라, 이불과 이불 사이에 뚜껑이 있던 스텐 밥그릇을 넣어놓고, 늦게라도 귀가하시면, 밥을 차려주던 엄마가 떠오른다. 밥을 하자마자 가장 먼저 아버지의 밥과 국을 뜨고, 아버지는 회사의 업무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시면, 휴식 이외에는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당연했으며, 어릴 적 담배심부름 술심부름 등을 하던 내모습도 떠오른다.

1970년대 출처 네이버

 

 우리 집은 딸만 둘인데, 저와 여덟 살 차이가 나는 여동생이 있다. 아들이길 바라던 아버지와 둘째도 딸을 낳았다고 서운해 하시던 엄마의 모습이 내 뇌리에 박혀 있었던 것 같다.

 결혼을 하고서, 이듬해에 딸을 낳았는데, 내마음속에도 다소 서운했던 기억이 있다. 20여년이 흐른 지금, 저는 맞벌이로 아직도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요즘 친구들은 첫째는 무조건 딸이기를 바라고, 둘째도 아들이면, 어떡하냐며 위로를 건네는 세상이 된 것이다.

 

  나는 결혼을 하여 21살된 딸과, 세살터울의 아들을 가진 엄마이다. 결혼하여 10년 동안 시부모님과 같이 살며, 아이들을 맡기고 직장이 끝나고 집에 오면, 어머님이 밥만 해두고 기다리셨고, 오자마자 가방만 내려놓고 저녁 차리고, 두 아이 목욕에 뒤처리까지 해야 했다. 물론 어머님께서 빨래, 청소는 해주셨지만, 힘들어서 몸무게가 45kg까지 빠질 정도로 힘들었다. 남편은 시댁에서 설거지는커녕, 그 옛날의 우리 아빠처럼 아무런 집안일도, 육아도 하지 않았다.

출처 네이버

 

  20년이 지난 지금 요즘 결혼해서 맞벌이를 하고 있는 여자 후배들을 보면, 남편들이 집안일을 도와준다는 개념이 아닌, 서로 나누어서 해야 할일로 인식하고 있으며, 어느 한쪽이 퇴근이 늦어지거나, 회식이 있을 경우에는, 남편이 육아와 살림을 완벽히 대체하는 놀라운 광경을 보고,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결혼해서 사회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며 느꼈던, 독박육아와 가사로 인한 어려움을 또다시 나의 딸이나, 며느리가 겪기를 원치 않는다.

  옛말에 시집살이 당한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다시 시집살이 시킨다지만, 나는 나의 대(代)에서 그 악순환을 끊어내려 한다.

 

  딸은 사위가 집안일을 나누어하는 것이 당연하다하고, 아들은 며느리가 더 해야 한다는 이중 잣대로써의 문화는 더 이상 되물림 하지 않고, 며느리든 딸이든 소중한 인격체로써, 귀한 자식으로써 존중해 주고 싶다.

  이렇게 ‘낀 세대’가 되어 억울할 법도 한 나이지만, 우리가 그런 보수적인 성역할의 이데올로기를 개선하려는 작은 노력과 인식이, 새로운 문화의 ‘재생산화’를 가능하게 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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