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절의 엄마는 주로 양육과 가사일을 하며, 집안일을 했다. 전기 밥통이 흔치않던 시절, 귀가가 늦는 아버지의 밥이 행여나 식을 새라, 이불과 이불 사이에 뚜껑이 있던 스텐 밥그릇을 넣어놓고, 늦게라도 귀가하시면, 밥을 차려주던 엄마가 떠오른다. 밥을 하자마자 가장 먼저 아버지의 밥과 국을 뜨고, 아버지는 회사의 업무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시면, 휴식 이외에는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당연했으며, 어릴 적 담배심부름 술심부름 등을 하던 내모습도 떠오른다. 우리 집은 딸만 둘인데, 저와 여덟 살 차이가 나는 여동생이 있다. 아들이길 바라던 아버지와 둘째도 딸을 낳았다고 서운해 하시던 엄마의 모습이 내 뇌리에 박혀 있었던 것 같다. 결혼을 하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