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지식생활

일본 소설 < 그 후 >

미네르바minerva 2020. 12. 21. 23:05
728x90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써,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국민작가’이다. 풍자소설에서 낭만적 단편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썼으며, 후기에 접어들어 인간의 내면심리를 천착한 소설들은 일본 사실주의 문학의 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나쓰메 소세키 출처 네이버

 

 

  그가 태어난 1867년은 에도시대를 마감하는 해로써, 그 이듬해에 메이지 유신이 단행되어, 근대로의 첫발을 내딛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쓰메의 삶은 근대 일본의 족적과 궤를 같이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주인공 다이스케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을 하지 않은 채 집으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으면서 유유자적 생활하는 ‘고등유민’, 쉽게 말하면 ‘고학력의 한량’이다.

 

  대학시절 나가이 다이스케와 히라오카 쓰네지로에게는 스가누마라는 공통의 친구가 있었다. 그 집에는 도쿄에서 여자대학에 다니던 여동생이 함께 기거하고 있었다. 두 친구는 친구 여동생에게 이성으로서의 감정을 품게 되었는데, 스가누마가 장티푸스에 걸려 병사하게 되자, 다이스케는 나서서 히라오카와 미치요의 결혼을 주선한다.

  결혼 후 히라오카의 방탕한 생활로 적지 않은 빚을 지고 도쿄로 돌아와, 다이스케는 나름의 일자리배려와 경제적 지원을 베푼다.

출처 네이버

 

 다이스케가 돈 많은 한량이라면 히라오카는 산업의 최전선에서 하루하루 생활을 위해 바삐 살아가는 인물이다. 다이스케와 히라오카는 사회에서 보면 정확히 반대적 위치에 서있다.

  고매한 가치를 추구하지만 우유부단하고 생활력이 없지만, 미치요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지켜보던 다이스케는 자신들에게 쏟아질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고 미치요를 히라오카로부터 빼앗기로 결심한다. 집안으로부터도 경제적 지원이 끊기고, 친구에게도 의절 당한다.

 

  다이스케는 ‘게으를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주장으로 자본주의적 세계관에 대한 이의제기를 하고 있으며, 고등유민을 자처하는 다이스케는 반시대적이며 반사회적인 사회 부적응자이다.

  미치요에게 고백을 앞두고 자신의 본모습(자연)과 이 사회의 제약들 사이에서 갈등한다. 순수하지만 계율을 어긴 그의 사랑은 힘든 앞날을 예고하며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100년 전에 발표된 소설이지만 어찌 보면 산업의 발달과 변화에 따라 주체적인 삶을 빼앗기고 그저 사회의 한 부분으로써 반강제적으로 살아가야하는 현재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생활을 위해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노동을 하는 우리의 모습이며, 분명 어느 부분에서는 ‘어쩔 수 없다’며 ‘도덕적 퇴보’를 걷고 있는 건 아닌지 뒤돌아보게 된다. 밥벌이에만 신경 쓰고 경쟁적으로 뒤처지거나 느리게 걷는 주변은 무시한 채 내 갈 길만 가는 이기적인 삶이 당연한 시대에 살고 있다.

 

 진정한 사랑을 택하면 경제적으로 궁핍해지는 이 상황 자체가 그 당시 젊은이들의 상황과 아픔을 그리고 있으며, 물질과 자유사이에서 고민하던 그 당시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지금 물질과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고민하며 살고 있는 우리의 불안정한 삶과 겹쳐 보인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