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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장 > 최인훈 장편소설

미네르바minerva 2020. 12. 22.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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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이글의 주인공 명준은 자신의 이념을 쫓아 월북한 아버지로 인해, 경찰의 소환을 받고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한다. 그곳에서 사회 전역에 널리 퍼져있는 무소불위의 권력, 즉 이 사회를 움직이는 궁극적인 힘이 광기의 이성이 규율하는 궁극적인 원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공포를 경험한다.

 

  떠밀리듯 명준은 월북을 감행한다. 북한에서 노동신문 편집기자로 일하게 되지만, 그곳에서의 생활 또한 당이 개인의 욕망은 물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왜곡하면서 자신이 내건 총체성을 지켜 내고 있었던 것이다. 명준은 북한사회를 “광장에는 꼭두각시뿐 사람은 없었다”라고 규정하며, 역시 북한에서도 밀실과 광장이 조화를 이룬 사회라는 목적은 실현될 가능성이 없음을 절감하고 절망한다.

 

  이런 명준에게 사랑은 밀실과 광장이 조화를 이루어야만 완성될 수 있는 개인적인 차원의 혁명이며, 사랑만 이루어질 수 있다면 언젠가는 유토피아의 꿈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첫 번째 윤애와의 사랑은 윤애의 삶 속에 깊숙이 개입되어있는 계산가능성 혹은 환금가능성의 원리 등이 낭만적 사랑을 힘겹게 했다. 북한에서 찾은 사랑 은혜 역시 명준의 만류와 설득에도 ‘당의 명령’이라는 또 다른 인과율로 인해 모스크바로 떠나버린다.

 

그  후 6·25전쟁이 발발하고 낙동강 전선에 배치되어 간호부로 지원해 온 은혜를 만난다. 뜻밖의 재회에 다시 사랑을 나누며 명준은 완전한 사랑을 느끼지만, 은혜는 명준의 아기를 임신한 채 폭격에 맞아 죽는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갇힌 명준은 포로를 교환할 때 제3국의 중립국을 선택한다. 인도행 선박을 타고 남지나행을 지나면서 바다에 투신하여 자살하고 만다.

거제도 포로수용소 출처 네이버

 

  명준이 생각했던 이상적인 유토피아, 꿈과 동질적인 구조를 가진 국가가 그 시대에 과연 존재했을까? 물론 남한과 북한 모두 갈 수 없다고 생각한 명준은 모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제3국을 택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그가 선택한 중립국 또한 남한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도피를 계속할 수는 없지 않은가?

 

  도피하기보다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했어야 했다. 중립국이 이상적인 국가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고, 그럴 용기라면 차라리 민중의 계몽을 통해 스스로 광장을 건설하고 이룩해 나갔다면 어땠을까?

 본인이 사회에 맞추지 못하고, 사회를 자신에게 맞출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싶다. 명준은 인간 존재의 보편적 문제에 관한 갈등과 좌절, 환멸 등을 피하여, 결국은 선택한 상황이 죽음이었다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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